한동안 미송쌈정식을 다니다가 다른 곳들을 돌아다녔었는데 역시 을왕리 맛집은 여기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가격만 비싸고 맛은 그냥 그랬거든요.
주말마다 외식을 하는 편인데 부모님이 특히 한식을 좋아하세요.
너무 간단한 음식을 먹기도 그렇고 한정식 같이 부담스러운 걸 매번 먹기도 힘들어서 쌈밥집을 주로 가는데
부모님도 여기가 제일 만족스러웠답니다.

 

 

나오는 반찬들이 참 정성스럽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드셔보시더니 조미료 맛도 나지 않는데 아주 맛있게 음식을 잘 했다고 칭찬하시더라고요.
아버지도 어머니가 한 반찬보다 훨씬 좋다고 눈치없이 말씀하시고요.
십여 종류의 찬들이 나오는데 하나하나 맛깔나는 것들이라서 골고루 집어먹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을왕리 맛집에 매번 질리지 않고 갈 수 있는 건 음식이 늘 바뀌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제육이나 게장 같은 메인 요리들은 늘 그대로지만 자잘한 반찬들은 갈때마다 새로운 게 나와요.
어쩔 때는 아침 저녁이 다른 게 나올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유는 사장님이 매일 시장에 나가서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래요.
고정적인 재료를 받아서 쓰는 게 아니고 그날그날 품질 좋은 재료들만 구해서 만들다보니까
그 재료가 다 떨어지면 다른 걸로 대체가 되는 거지요.
그래서 전날 쓴 반찬은 다음날에는 다시 쓰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 이유로 단골들이 늘다보니까 더욱 질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가끔 찬이 겹치면 클레임이 들어오거든요.
저도 몇번 단골손님이랑 사장님이 대화하는 걸 들어봤는데 정말 음식에 깐깐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게장도 늘 살아있는 걸로만 잘 골라와서 삼일동안 숙성을 시키고
음식도 미리 떠놓지 않고 주문이 들어올 때 해서 가져다 주셔요.

 

 

정성이 들어가니 음식이 더 맛있어지는 것 같아요.
그동안 다녔던 다른 곳들은 미리 잔뜩 재료를 퍼놔서 차갑게 식고 겉이 마른 상태로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
가짓수가 많다고 홍보를 잔뜩 해놓고는 막상 찾아가니까 계란후라이나 김 같은 걸로 생색을 내기도 했어요.

 

 

 

너무 가짓수만 채우려는 뻔한 속셈이 보이는 그런 집들은 다시는 찾아가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을왕리 맛집 미송쌈정식엔 클라스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쌈을 싸 먹을 때 넣어 먹을 수 있는 장의 종류도 여러가지인데다가 젓갈류도 두종류나 나와요.

그러다보니 매 한입이 전혀 다른 느낌이 들지요.

 

 

돌솥에 물을 부어두었다가 음식을 다 먹고 나면 숭늉으로 먹어요.
이것도 아주 기가 막히지요.
평소에 집에서는 먹을 수 없는 맛이라서 더욱 좋은 것 같아요.
저 어릴 때는 종종 숭늉을 먹을 일이 있었는데 요즘 전기밥솥은 누룽지가 나오지 않으니까요.

 

 

멸치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손길이 닿아 있어서 뭐 하나 버릴 게 없는 을왕리 맛집이었어요.
반찬들이 리필이 가능한데 저는 골고루 먹다보면 배가 불러서 도저히 다른 걸 추가로 시킬 수가 없더라고요.
양도 아주 푸짐한 그런 곳이었습니다.

 


WRITTEN BY
태양소년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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