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바로는 덜좋아하거나 아주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게 바로 닭갈비에요.
대체적으로 닭 요리는 취향을 타지 않는 편이지만 백숙 같은 경우는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닭갈비는 싫어하는 사람을 별로 보질 못한 것 같아요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대부분은 진짜 맛있는 걸 먹어보지 못한 사람일 경우가 큰데요.
왜 이렇게 서설을 길게 푸느냐하면 제가 바로 그랬거든요.
양평시장맛집인 양평정통춘천닭갈비는 제 닭갈비 인생의 터닝포인트입니다.
그냥 그랬던,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었던 음식이 순식간에 워너비 메뉴가 되어버렸죠.
닭갈비를 진짜 맛있게 하면 이렇게까지 맛있을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곳은 여기가 처음입니다.
처음에 갔을 때 인상은 팬이 굉장히 두껍다는 거였습니다.
무쇠 팬이라 무척이나 무거워보이고 둔중해 보이더라고요.
굳이 왜 이런 곳에다가 음식을 해야하는 걸까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 솥뚜껑 삼겹살이 무척이나 맛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짐작이 됐구요.
사용하는 육질이 좋은 건지 아니면 무쇠팬의 효과인진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고기가 탱탱하고 야들야들했습니다.
고기가 적당히 익으면 각종 야채들과 사리들을 넣고 볶아주십니다.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홀에 계신 이모분이 오셔서 숙달된 손놀림으로 삭삭 볶아주고 가셨다가 다시 때가 되면
오셔서 삭삭 볶아주세요.
그리고 왠만큼 익으면 "떡부터 드세요~"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거대한 팬이 가득 들어찰 정도로 많은 양에 우선 놀랐고 쫄깃한 떡과 굉장히 맛있는 소스에 다시 놀랐습니다.
곰곰이 따져보면 지금까지 제가 먹었던 것과 크게 맛이 다른 건 아닌데 이건 "맛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양평에 놀러 와서 제가 기대한 건 점심에 먹었던 닭갈비가 아니고 저녁에 먹었던 갈비였어요.
이건 그냥 지나가는 메뉴에 불과했습니다.
점심에 배가 고픈데 안 먹기는 좀 그러니까 간단히 해치울까? 뭐 그런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저녁에 집에 돌아갈 때 기억나는 건 이 메뉴 밖에 없었습니다. 진짜 놀랍죠?
그제서야 왜 웨이팅까지 하면서 이걸 먹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았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진 몰라도 이런 집을 웨이팅까지 해서 먹는다는건 듣도 보도 못했거든요.
아주 새빨간 소스가 매력인데 그리 맵지는 않습니다. 매콤함과 달콤함이 잘 어우러져 있어요.
매운 맛을 싫어하는 저로서는 이보다 더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동안 매운 음식들이 유행하면서 너도나도 캡사이신 팍팍 뿌린 빨간 음식들을 판매했었는데
전 그 무렵이 진짜 고역이었어요.
친구들이랑 같이 어느 맛집에 가도 매운 맛이 코를 찌르는 음식들이 나왔으니까요.
양평시장맛집에 가신다면 반드시 볶음밥을 드셔보시길 추천 드려요.
특히 치즈사리를 뿌려 드시면 정말 맛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에요.
이건 같이 간 친구가 알려준 방법인데 여기는 그냥 밥 위에 치즈를 뿌려주는 게 아니고
밥 안에다가 꼭꼭 묻어 주시더라고요.
한술 풀 때마다 치즈들이 듬뿍 따라 올라옵니다.
불판에 닿는 면에 있는 밥은 고슬고슬 익어가고, 그 속에 치즈는 부드럽게 녹아 있어요.
그냥 위에다가 뿌려 버리면 녹는데도 시간이 좀 걸리는데 안에다가 넣어 버리니까 효율적이더라고요.
혹시 치즈가 느끼하신 분들은 김치를 달라고 하시면 내어 주시더라고요.
기본 찬엔 없으니까 요건 말씀하셔야 해요.
아주 아삭하고 상콤한 김치라서 치즈의 느끼함과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밥을 크게 떠서 요걸 살짝 올려서 먹으면 끝내주더라고요.
언제든 어딜 가든 결국 마무리는 먹는 일인 것 같아요.
먹부림 여행이 아니었고 그냥 풍경 보고 여유를 누리다가 오려고 한 거였는데 기억에 남는 건 먹은 것 밖에 없네요.
그러니까 놀러 가신다면 꼭 이 양평시장맛집에 가셔서 맛있는 기억을 새기고 돌아오세요.
물론 풍경도 담아오시구요.
'맛집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을왕리쌈밥집 푸짐하고 인심좋은 미송쌈정식 (0) | 2016.05.18 |
---|---|
동탄 구이와친구들 대패삼겹살 5,900원 그리고 이베리코 목살 (0) | 2016.05.17 |
독산동 닭갈비 부드러운 치즈랑 먹기 (0) | 2016.05.04 |
토치한우구이 깜짝놀랄 불꽃쇼 (0) | 2015.12.02 |
동부시장 고깃집 굽다503.15 (0) | 2015.11.25 |
WRITTE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