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에 다니면서 불만이 있다면 너무 양이 적다는 거였어요.
가격에 비해서 양이 적어서 언제부턴가 횟집은 2,3차로 가는 곳이 되어버렸죠.
그리고 그런 적은 양이 당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에 저렴한 가격으로 해산물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대부도 맛집으로 추천받은 호남9호인데 거의 저빼고는 다 알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어요.

방송에도 나오고 신문에도 실리고 여기저기서 대부도 맛집 추천을 받아서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이더라고요.
저는 가성비 좋은 횟집하면 속초라던가 그런 동해바다 쪽만 생각했지 서울에서 가까운 서해바다쪽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왠지 대부도 쪽은 그냥 새우구이나 조개찜이나 먹으러 오는 곳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박혀 있었거든요.

산낙지가 스키다시로 나오는 호남9호는 정말 질리도록 많은 해산물을 한번에 코스로 먹을 수 있는 곳이에요.
먹다보면 이 가격에 이렇게나 많은 걸 한번에 줘도 되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죠.

저희가 시킨 건 B코스였는데 스페셜코스에서 조개찜이 빠진 메뉴였어요.
조개찜은 얼마 전에 다른 데서 먹은 적이 있어서 굳이 다시 먹고 싶진 않았거든요.
여까지 와서 조개찜을 안 먹는다는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명성이 있으니 다른 음식도 맛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과연 처음 나온 키조개무침만 해도 수준급이었어요.
전체요리로 이렇게 맛있는 무침은 또 처음 먹어보네요.

회는 또 어떻고요, 키조개 무침을 먹으면서 기다리면 튼실하게 회를 잘라서 가져다 주세요.
아주 살이 탱탱한게 수조에서 오래 묵은 놈이 아니라는 게 확실했어요.
이 집은 손님이 워낙 많다보니까 횟감이 수조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손님 상에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약간 장사가 안되는 집은 하루 종일 배 곯으며 손님을 기다리다보니까 애가 살이 빠져서 맛이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역시 횟집은 선도가 생명이다보니까 회전이 빠른 집일수록 맛이 있을 수밖에 없죠.
그런 면에서 이 집 횟감의 신선함은 믿으셔도 될 것 같아요.
맛집이 맛집일 수밖에 없는 건 소문 듣고 손님이 많이 찾아오시다보니까 재고 없이 재료들을 빨리빨리

처리할 수 있어서 늘 신선한 재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인 것도 한 몫 할 것 같아요.
횟집에 경우엔 그게 좀 더 두드러지지 않을까 싶네요.

적당히 회를 먹고 있으면 이젠 새우구이를 가져다 주셔요.

후라이팬에 굵은소금을 잔뜩 올리고 새우를 구워줘요.
앞뒤로 노릇노롯 익히면 아주 먹기 좋게 붉은 빛을 띄면서 익죠.
껍질을 살살 벗기면 아주 알찬 새우의 속이 드러나요.
고놈을 초고추장에 콕 찍어 먹으면 어찌나 맛있던지요.
초고추장 맛이 조금 색다르다 했는데 여기는 유자 맛을 가미한 고추장을 사용하는가 보더라고요.

사실 눈에 잘 안 띄는 부분인데 맛의 포인트를 숨겨두었네요.
보통은 초고추장이 다른지 모르고 그냥 새우가 맛있네? 그러면서 먹을 지도 몰라요.
역시 새우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어서 왠지 조금 더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바로 칼국수가 왕창 나오니까 너무 배를 불리면 안 돼요.
이 메뉴가 은근히 맛있다는 게 또 중요해요.
바지락 국물이 시원하게 우러나서 아주 맛깔나더라고요.
횟집에서 먹은 식사메뉴 중에선 전 이곳에서 먹은 칼국수가 가장 좋았어요.
이것 때문에라도 대부도 맛집으로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요.

이 집에서 직접 담근 김치랑 같이 먹으면 진짜 환상궁합이죠.
김치는 만든 사람의 손맛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요리라서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호남9호만의 개성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더 색다른 맛으로 칼국수를 즐길 수 있었어요.
이렇게 배부르게 먹고 나면 매운탕으로 마무리를 시켜주세요.
정말 소문대로 음식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집이었어요.

완전 만족스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