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갈비가 정말 맛있는 양평역 맛집에 다시 왔습니다.

치즈를 품은 특이한 볶음밥도 먹고 싶었구요.

여기는 제 손가락 한마디 정도 두께의 무거운 무쇠솥에 양념에 잘 재워뒀던 닭다리살이 올라갑니다.
저는 토막나 있지 않은 닭다리살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다른 닭갈비 집은 보통 다 먹을만한 크기로 잘라서 가지고 오시니까요.
여기는 구우면서 잘라주십니다.
언뜻 보면 그냥 구워 먹는 건가 착각할 수도 있지만 초벌을 하는 과정입니다.
양평정통닭갈비는 정통이 있는 음식점이니만큼 손이 많이 가지만 맛있는 방법으로 구워주시거든요.

야채가 들어가는 순간 이제야 제대로 닭갈비같은 느낌이 나기 시작해요.
저는 가끔 이런 곳에 오면 양배추가 갈변된 게 섞여 있는지 보곤 하는데 그런 집이 은근히 많더라구요.
약간 상태가 안좋은 야채를 넣어버리는 거예요.
그런 곳들은 보통 양념을 버무려서 가지고 오기 때문에 티가 별로 안 나요 은근슬쩍 가리는 꼼수를 부리는 거죠.
양평역 맛집 같근 경우에는 그런 꼼수를 부리지 않은데다가 야채 상태도 무척 싱싱하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닭갈비는 익는데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리기 때문에 약간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야 해요.
그걸 기다리는 게 굉장히 힘들더라구요 그냥 빨리빨리 해줬음 좋겠는데 요즘엔 사람들 성격이 급해서 음식점에서

주문을 하면 바로 나와서 바로 먹는 게 익숙하잖아요.
왜 음식 빨리 나오지 않냐고 성화부리기도 일쑤고요.
양평역 맛집에선 그런 급한 마음을 버리고 여유를 찾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기다리면 야채의 숨이 죽으면서 점점 제 빛깔을 찾아가기 시작해요.
맛있는 냄새가 솔솔 올라와서 후각을 자극하는데 정말 미칠 지경이었어요.
당장 먹어버리고 싶은 그런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아직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으니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겠죠.

먹으라는 사인이 떨어지기 무섭게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어요.
사진찍는 것도 까먹어 버리고 ㅋㅋㅋ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폐허만 남았죠.
뭔가 익어가는 동안 기를 모아놨다가 한번에 방출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대로 가기엔 뭔가 아쉬울 것 같아서 우동사리도 추가로 시켜서 볶아봤어요.
이건 정말 잘 한 선택인 것 같아요.
제 머리를 셀프로 쓰담해주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거든요.

다른 재료들과의 조합이 끝내줘요.
이건 다 볶은 다음에 원래 재료들과 합쳐 주시는데 원래 한 음식이었던 것처럼 의뭉스럽게 맛이 섞여요.
야채랑 고기랑 같이 먹는 우동사리의 면맛이 최고였어요.
굉장히 쫄깃쫄깃한 면발인데 이게 부드러운 야채의 식감과 어찌나 잘 맞던지 그리고 찰진 고기의 식감이랑은

또 얼마나 잘 맞던지 안시켰으면 후회할 뻔했죠.

밥을 볶기 시작해요.
그러면 살짝 아쉬움이 찾아와요.
밥을 볶는다는 건 이 즐거운 시간에도 끝이 왔다는 말이거든요.
마음같아선 영원히 이곳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먹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더이상 제 위장이 견뎌내질 못할 것 같아서
오늘은 이정도만 먹고 일어나기로 했어요.

치즈 사리를 추가한 볶음밥이에요.
겉으로 봤을 땐 전혀 그런 느낌이 나지 않아요.
그냥 평범한 볶음밥이 아닐까 싶지요.
하지만 수저로 밥을 퍼 올려보면 숨어 있던 치즈들이 모습을 드러내요.

그냥 드러내는 데서 멈추는 게 아니고 굉장히 열성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죠.
여기 내가 있다구!

아주 쭉쭉 늘어나면서 끝장 비쥬얼을 보여줘요.
아마 이 음식을 먹어보고 별로라고 하는 사람은 미각에 문제가 있을지도 몰라요 병원에 찾아가야 할지도요.
그정도로 맛있기 때문에 양평역 맛집에 들르신다면 요렇게 한 번 드셔보셔요.